다카하시 미나미의 22번째 생일을 맞이하며
일상

마이엔트메리 - 내게 머물러





2013년 4월 7일 악수회를 마치고 마지막 21살의 날에, 행복해보여서 기쁘다. 



원래는 뭔가 만들려고 했는데 프리미어가 자꾸 먹통이라 화나니까 가져보는 회상의 시간. 작년에도 이랬는데 올해도 뭐 별거 없이 지나가는구나. 


어쩌다가 좋아하게 됐을까. 입문계기 영상을 만들면서도 잠깐 돌아볼 기회가 있었지만 그건 뭐 드립치느라;
아무튼 며칠전에 에케비 덕후가 아닌 친구랑 얘기하며 잠시 돌이켜 생각해 볼 기회가 있었으니 주절주절 써봄.

 


AKB48


시작은 노래였다. 오오고에 다이아몬드의 그 한 구절, 좋아한다는 말은 최고야.

노래를 처음 들은건 덕후 지인들로 인해 꽤 오래전이긴 했지만 가사를 찾아볼 생각은 안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그노래가 하루종일 머리에 돌아서 찾아봤다가 읽어보게 된 가사.
당시의 나는 짝사랑 비스무리무리한걸 하고있어서 그 한마디에 굉장히 울컥했던 것 같다. 

열도의 노래에도 관심이 없었는데 에케비에 관심이 있었을리 만무하다. 소위 편견이라는 것이 있었다.
적당하게 노린 안무와 가사, 오타쿠를 노리는 그라비아, 비키니를 밥먹듯이 입는 아이돌. 
우연히 제복방해 가사를 보고 아...성진국이란, 하며 혀를 쯧쯧 찼던 기억도 있다.
그런 기억으로 남아있던 떼거지 여자애들이 부르는 大声ダイアモンド는 생각보다 산뜻하면서 한편으로는 아련한 멜로디에, 감성 한면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아, 내가 좀 잘못봤던가? 하면서 다른 노래들도 하나씩 찾아보기 시작했었다. 그러다 보게 된 것이 엠스테 포니테일과 슈슈. 
반짝거리는 애들을 보면서 내가 편견을 가졌음을 인정했다. 한없이 상큼한 아이들을 보며 왜 인기가 많은지 수긍할 수 있었다.



첫 인상


다카하시 미나미라는 애를 처음 인식한 것이 어떤 영상인지는 이제와서 돌이키면 헷갈린다.
대충 몇가지 기억으로는 뮤직재팬 오오고에 무대에서 도입을 부르는 작은 애, 에케빙고의 어느편에서 먀오에게 지적당하고 시끄럽게 소리치며 방방 뛰던 애. 
"마에다 아츠코데스"를 흉내내는 게닌을 보다가 옆에서 푸훗 하고 웃어서 츳코미 당하던 쭈구리, 음....뭐 그 정도의 이미지.
입문하고 한참 뒤에 나중에 사에팬 친구가 말하길 "언니가 그때 얘(닼민)는 이름이 뭐야? 얘는 왜 인기가 많은지 잘 모르겠네, 라고 해서 나중에 언니가 닼민이 좋다고 할때 놀랐어" 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람 일 한치 앞도 모르는 거죠. 아무튼 대충 저런 이미지였다. 생각보다 작은 애, 시끄러운 애, 웃기는 애, 예쁜 척 안하는 애, 근데 인기 많은 애. 3회 총선때 순위가 내려갔다고 들었을때 어...왜 내려갔지? 하고 조금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뭐 7위도 꽤 높은 순위기에 그렇게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 같다. 

그니까 정말 다카하시 미나미라는 애를 제대로 보기 시작한건 망콘 세이부돔.
자주 다니는 사이트에 NHK에서 방송했던 버전의 다운로드 링크가 올라왔는데 그날따라 매우 심심했던 나는 콘서트나 한번 볼까? 하고 다운을 받았다. 당시에는 48월드 까페같은곳이 가입되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뭐 받아볼 데가 없어서 그냥 유명 블로거들의 블로그에서 무대영상 몇가지 본것이 전부였어서. 당연히 아는 노래라곤 싱글 몇곡이 전부이니 재미가 있을리가 없었다. (물론 나중에 깨달았지만 그건 그냥 재미가 없는 콘서트였기도 하고) 앞부분은 다 넘기고 싱글메들리도 대충 보다가 재미없어서 끄려고 하던 차에 백스테이지 부분이 나왔다.

이건 뭐지? 하면서 봤다. 단순히 호기심이었다. 이 대형 인원의 무대 뒤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거기서 내가 알던 시끄럽고 작은 여자애가 아닌 다른 다카하시 미나미를 본 것이 시작이었다. 첫날 콘서트 망하고 아키모토 야스시를 쫓아가서 울면서 뭘 바꿔야하느냐, 내가 무엇을 해야겠냐 하며 우는 그 장면. 당시의 나는 닼민이 리더급 위치인지도 몰랐었고 심지어 수도꼭지인지도 몰랐기 때문에 굉장히 신선했다. 사실 인기랑 별개로 에케비의 퍼포먼스에 대한 전문성이란걸 느끼질 못했기 때문에 그 콘서트가 망콘인지 흥콘인지 구별도 안됐고 그런 와중에 어떤 한명이 다수를 짊어지는 책임감을 갖고 임한다는 자체가 좀 신기했던 것 같다. 어 얘가 이런 애였나? 콘서트 망한게 본인 한명의 책임은 아닐텐데 왜 울지? 그리고 다시 멤버들에게 돌아가서 애들을 앉혀놓고 진중하게 얘기하는 장면이 눈에 박혔다. 그게 시작이었다. 

어떤 그룹이든 리더는 존재한다. 실질적으로 명시된 리더가 없다 한들 결국 중심으로 돌아가는 점이 하나 있긴 하다. 거대한 그룹의 중심이 그 작은 애라는 것이 신기했다. 얘한테 어떤 힘이 있길래? 인상깊었던 장면은 태도였다. 말로서라도 남의 탓을 하지 않고 자신을 포함한 전체를 아울러가던, 할말이 끝나고 마지막에 눈물이 흥건한 얼굴로 웃으며 잘해보자는 격려를 잊지 않는. 어, 생각보다 어른스럽네? 내가 좀 잘못봤던가? 하며 그날을 기점으로 나의 시각이 변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노래


음 뭐 그렇게 인식의 전환이 생겼지만 여전히 전체적으로 관망만 하고있다가 봤던 무대가 사루오바상 마츠리의 리버. 그무대가 아마 라이브를 하고 위에 AR을 덧씌워서 발매된 걸로 아는데, 작은 애가 맨앞줄에서 팔다리 쭉쭉 뻗어가며 춤추는게 좀 귀여웠다. 누군가 라이브라고 알려줘서 음성에 귀를 기울여서 여러번 봤다. 귀에 들어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게 다카하시 미나미였다. 이 아이가 혼자 부르는 노래가 궁금해졌다. 추천해달라는 글을 남기고 댓글이 달렸는데 대부분 버드라는 곡을 들어보라고 했다. (광선검은 보지 말라는 덧글도 기억난다 ㅋㅋ) 음 뭐 대표곡같은 건가? 찾아봐야지 하고 까먹고 안봤었다. 제목이 별로 끌리지 않았기도 했고 사실 그런 락 풍일거라곤 생각도 못했기 때문에 그냥 아이돌스러운 노래 아닐까 싶어서 나중에 봐야지 하고 말았던것 같다. 그러다가 심심해서 찾아봤다. 그것이 두번째 이끌림이었던것 같다. 


너무 의외였다. 일본아이돌은 앵앵거려, 라는 편견을 갖고있던 나에게 스탠드마이크를 세워놓고 부르는 제법 락킹한 사운드 자체가 좀 충격적이었고, (그땐 극장곡이란걸 몰랐음) 닼민의 목소리가 충격적이었다. 그냥 싱글에서 듣던 목소리도 뭐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앵앵거리는 목소리랑은 좀 다르긴 했지만? 아무튼 어머 얘 물건이네, 하면서 버드라는 버드 무대는 죄다 찾아본것 같다. A3의 버드, 리퀘아워 08 09 10 11의 버드, 콘서트들의 버드...어느하나 빼지 않고 전부 좋았다. 예전 무대를 볼수록 춤은 더럽게 파닥거리는데 목소리랑 눈빛이 좋았다. 얘 어리지 않았나? 왜 이런 눈빛일까, 이런 분위기도 내는구나. 신기하네, 하고 생각했다. 

그다음엔 친구한테 추천을 받아서 리퀘스트 아워 2011년도 영상을 정주행하기 시작했는데 사실 노래를 모르니 재미는 없었다만, 그해에 닼민이 무대에 굉장히 많이 나왔기 때문에 이런 저런 컨셉의 다카하시 미나미가 등장할때마다 잠시 집중하며 본 기억이 있다. 이런 것도 하네, 이런것도 있네? 하면서 열심히 봤음. 다보고나서 한 생각은 아, 이게 바로 소문의 광선검...? 여기에밀려서 버드가 저순위라니 섬나라 애들 보는 더럽게 없네;;;;;; / 노삼비 컨셉 엄청 중구난방이네 / 닼민한테 이런 아이돌같은 면도 있긴 있구나 / 남장 뭐지.....(멘돌) 등등. 그러다가 눈이 멈춘건 기적은 밤에 태어난다 무대. 라이브같은데 나쁘지 않네, 얘들 다 립싱크 아니었나? 눈빛이 좋다. 꽤 어른스러운 분위기도 내는구나... 아무튼 그런식으로 닼민에 시선을 고정하고 무대를 보는 시간이 늘었던것 같다. 



그리고

 

그 이후는 뭐 별거 없다. 입문의 정석이라는 에케빙고를 정주행하고, 우연히 추천받은 마지스카 학원1을 봤다가 아츠미나에 눈을 뜨고;;;;;; 돌아올수 없는 CP에의 강을 건너고. 마음이 깊어지던 차에 2012년 초 닼민에게 일이 터지면서 갑자기 덕심이 주체할수 없이 폭발하기 시작하고...뭣도 모르던 차에 A1 리바이벌에 당선되서 물건너 갔다오고. 초호화 구성의 공연을 닼민 하나만 쳐다보며 다시한번 낚이고... 그 이후는 그냥 답없는 빠레기의 길을 걸었죠. 

뭔가 두서없는 글이 되었넼ㅋㅋㅋ 아무튼. 누군가 나한테 닼민이 왜 좋냐, 고 물으면 도대체 한마디로 정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뭐 냉정하게 보자면 그닥 빠질만한 구석이 없나 싶기도 한데 나한테는 정말 닼민이 보여주는 전부가 소중하다. 어쩌면 나와 정반대의 면을 보면서 동경하는 것일런지도 모르겠다. 의지도 약하고 멘탈도 쿠크다스같은 나는 닼민을 보면서 한없는 힘을 얻는다. 특별히 타고난 것이 없어도 열심히 한다는 의지 하나로 살아가는 작은 애가 좋다. 노력하면 보답받을수 있다는 뜬구름같은 신념 하나를 요령없이 주구장창 외쳐대는 닼민이 좋다. 답답할정도로 요령없는 면이 좋다. 아이돌 주제에 예쁜척하는게 어색한 모습도 좋다. 진중한 목소리도, 잔뜩 들떠서 시끄러운 텐션의 목소리도, 힘빠진 채로 조근조근 말하는 목소리도 전부 좋다. 높낮이도 발음도 억양도 전부 어색한 외국인의 얘기를 진중하게 들어주는 그 모습에 감동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눈엔 예쁘고 규ㅣ여움 비록 이모님이 오셔도 긔여운 이모님인데 어쩌라는건지......하지만 가장 좋은건 매사에 보여주는 진심, 그 마음이 좋다. 어느 하나 허투루 보이는 모습이 없다. 언제 어떻게 카메라가 잡아도 눈에 힘이 있다. 그 눈이 좋다. 모니터 너머로 지켜보는 나에게도 전해지는 힘. 

결론은 진짜 좋다구요. 보고있으면 내가 행복해지니까. 아이돌이 그러면 충분한거 아닌가. 타인의 시선에 어떻든 무슨 상관이야, 내눈에 예쁘고 반짝반짝한데.
닼민을 좋아하고 나서 정말 많은 감정들을 알아가고 있다. 애를 지켜보며 함께 웃고 우는 시간들이 좋다. 언어도 환경도 문화도 다르지만 같은 감정을 공유하면서 행복하다. 내가 받은 행복만큼, 아니 그이상으로 닼민이 행복하길 바란다. 나이 들어가며, 하고싶은 일 하며 행복한 꼬맹이를 보고싶다. 최고가 아니여도 상관없으니 마음 다치지 말고 자신의 삶을 살아내길 바란다. 

그 동네 나이로는 이제 스물 두살. 한국 나이로는 스물 셋. 어리다면 한참 어리지만, 어른이 싫다던 아이도 그렇게 어른이 되어갈 나이. 
좋은 어른이 되어가는 스물둘이길 바란다. 되도록 다치지 않을, 행복함이 더 클 스물 둘이었으면 좋겠다. 여전히 피곤하고 힘든일이 많을, 울일도 많을 스물둘이겠지만, 그래도 이전보다 조금 더 좋았다고 생각할수 있으면 한다. 나는 닼민이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길을 뒤에서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좋은 것이든, 부족한 것이든 결과물을 공유하며 조잘거릴수 있는 지금이 좋다. 무엇을 내놓아도 실망하지 않을터이니 자신감을 가지고 커가는 한 해를 만들어주길 소망한다. 어깨의 짐도 좀 내려놓는, 가벼워지는 한해가 되면 더없이 좋겠지. 아무쪼록 자기 자신이 만족할수 있으면 그걸로 되었다고 생각해. 다만 욕심이 있다면, 좀더 무게축을 자기 자신에게 두어주길 바란달까. 에케비 말고, 다카하시 미나미 본인 자신에게. 
 




뜬금없이 예전 짤. 이렇게 티없이 웃었으면 좋겠다, 늘.


미나미의 스물 두살을 축하하며.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