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상
덕질은 좋아하는 것만 보고 좋아하는 것만 파면 된다. 싫어하는 걸 굳이 찾아볼 필요도 없고, 그걸 내 시간과 노력과 손가락의 힘을 들여 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남을 깔 시간이 있다면 그시간에 뭔가 생산성 있는 일을 하던가 할게 없으면 디비 쳐 자는게 좋다. 물론 타인에게 요구하는 것이 아닌 나의 덕질관이다. 
덕질에서 만큼은 우물안 개구리의 태도도 가히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우물 안으로 돌을 던지면 당연히 화가 난다.
어렸을때처럼 다 화내면서 같이 키배뜨고 일일이 대응하기엔 늙고 지쳐서 관망하고 짜증 한번 내고 잊어버리려고는 한다. 
덕질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일상 생활을 침범할 때만큼 괴로울 때가 또 없다.

음...요새는 정말 화나게 하는 일들이 좀 많다.

아무때나 부메랑이 된다 와ㅏㅏㅏㅏㅏㅏㅏㅏ 라고 하고싶진 않은데 현 팬덤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참고 참고 참아도 부메랑 소리가 턱끝까지 올라왔다만,
경멸스러워도 같은 사람이 되고싶지 않아서 선을 넘지는 않는다. 나에게 취존이란 그런 것.

근데 바보가 아닌 이상 미필적 고의와 악의적 고의는 구분할 수 있는 것이고,
솔직히 완전히 잊는다면 거짓이고 좁고 깊은 속 안에 꿍쳐두긴 한다만, 그래도 그냥 썩히는게 낫지 악의로 치환해서 살리고 싶진 않다. 그전에 내 스스로 잊어버리고 말겠지.
특별히 선하다고 어필하는 것은 전혀 아니고 그냥 귀찮을 뿐이다. 가시 세워서 돌아오는건 남의 가시밖에 없던데 뭣하러, 하는 마음. 




은퇴는 제가 심사숙고해 온 문제이고, 결코 가볍게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때인것 같습니다.
조직이 가능한 한 강한 형태를 갖추고 있을 때 떠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있었습니다. 지금이 그때라고 생각합니다.

유소년 시스템이 잘 구축되면서 장기적인 미래를 밝게 하고있습니다.
또한 오랫동안 올 시즌 리그 정상을 차지한 팀의 실력과 신구의 조화는 팀이 오랫동안 높은 수준에서 성공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우리 훈련 시설은 전 세계 스포츠계에서도 최고라 할 수 있고, 홈 구장 올드 트래포트는 전 세계에서 가장 선도적인 경기장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클럽을 위해 이사와 외교대사로 일할 수 있게 되어 만족하고 있습니다. 다른 개인적인 일들과 이런 일들을 병행하게 될 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가족에게 감사를 표해야겠습니다. 
그들의 사랑과 지지가 저에게 있어 아주 중요했습니다. 

저의 아내 캐시는 내 삶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고, 항상 안정감과 격려를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그 모든 게 저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는 도저히 말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과거와 현재의 선수들, 그리고 스태프들에게도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들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프로다운 모습과 헌신을 보여주며 엄청난 영광을 만들어내었습니다. 

그들의 공헌이 없었다면 이 위대한 클럽의 역사도 지금만큼 풍성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부임 초기 이사회, 특히 바비 찰튼 경의 지지는 내게 커다란 자신감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단순한 축구팀 이상의 클럽을 만들 시간을 벌어주었습니다.


지난 10년간 글레이저 가문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저의 역량껏 가장 잘 다스릴 수 있는 발판이 되어 주었습니다. 

데이비드 길 회장처럼 재능이 뛰어나고 믿을 수 있는 이와 함께 일했던 것도 대단한 행운이었습니다. 그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팬들, 정말 고맙습니다. 

팬들의 변치않는 지지는 진심으로 저를 겸손하게 만들었습니다. 

당신들의 클럽을 이끈다는 엄청난 기회를 누린 것은 대단한 특권이고 영광이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으로 보낸 시간을 진심으로 소중하게 간직할 것입니다.

(인터뷰 번역 출처 : 
http://z2inny.blog.me/120189584168/ ) 



영감님이 은퇴를 하셨다. 스콜스도 다시 한번 은퇴를 했다. 

나에게 유나이티드, 하면 떠오르는 것에서 스콜스를 제외하면 골키퍼가 남는다. 나에게는 그런 선수였다.
팀의 위기에서 은퇴를 번복하고 돌아왔을 때, 임시방편의 자구책이라는걸 알면서도 좋아했다. 다시한번 플레이를 볼수 있음이 기뻤었다.
물론 이번은 첫번째 은퇴 때 만큼 슬프지는 않다. 두번째라서 무덤덤한 것도 있고 뭐...이제는 보내줘야 할때고 떠나야 할때라고 생각하니까

스콜스가 저렇다면, 알렉스 퍼거슨은 나에게 유나이티드 그 자체였다.
한번도 "퍼거슨이 없는 유나이티드"의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는데 현실로 다가오니 조금 허하다. 많이 허하지 않은 이유는 실감이 안나서, 일테고.
아무튼 시즌은 끝났고 프리시즌과 이적시장을 지내며 덕질하다보면 새 시즌이 오겠지. 그때에는 올드트래포트의 사령탑에 껌씹는 영감님 대신 모예스가 있을거다. 
어색하겠지만 결국 시간은 지나가고 익숙해지고 지금의 과도기는 역사의 한 축으로 남을 것이고 언젠가는 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니 마주하고 지켜보면 되겠지. 

비교하기 우습지만 나는 이 시점에서 올해 다큐멘터리 인터뷰에서 꼬맹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누군가가 없어진다고 해서 팀이 굴러가던 것이 멈추는 것은 아니고, 계속해서 굴러가더라는 맥락의 내용.
인터뷰어가 물었던 것은 마에다 아츠코에 관해서 였지만, 다카하시 미나미의 대답은 결국 본인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생탄제를 보면서 머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영감님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희한하게 내 꼬맹이가 자꾸 떠올랐다.
닼민이 졸업 할때도 비슷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상황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뭐 스케일이 다르고 고도도 다르지만 
팀이라는 구성체로 볼때 본질적으로 별로 다른 얘기는 아니라고,
아, 이게 누구들 말대로 일개 팬까지 "총감독 부심" 에 빠져서 정신 못 차리고 있는건가? 

잡소리 끝